기관 : 호러작가가 사는 집

 

기관 : 호러작가가 사는 집

미쓰다 신조

 

무서웠다...... -_-

 

내 맘대로 줄거리 요약 : 출판사 편집자인 '나'는 잡지의 미스터리 기획 편집을 맡은 일을 계기로 아마추어 호러 소설을 집필하게 된다. 우연히 마주친 영국식 저택에 이끌려 그 저택으로 이사해서 영국식 저택을 소재로 한 호러 소설을 쓰고자 마음먹었지만, 소설을 쓰면 쓸수록 소설의 방향은 기괴해지고 저택에 사는 소설가 본인의 일상도 자신의 소설에 가까워지는데...

 

 

다 읽고 나서야 표지 디자인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창문 하나만 파란색으로 칠해진 거 보고 뭐야 유치한 디자인 ㅋㅋ 이라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니 진짜로 기분나빠 ㅋㅋㅋㅋㅋ

 

첫 장에 저택의 겨냥도가 있길래, 호러 소설인 척 하는 본격추리물인줄 알았으나 다 읽고 나니 그냥 호러미스테리 소설이었다 ㅋㅋ 저택의 겨냥도는 이 집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친절한 설명이었음. 실제로 이 겨냥도가 없었으면 집의 구조를 이해하기 힘들었을 듯 하다. 몇 번이나 겨냥도를 펼쳐보면서 소설을 읽었다.   

 

특이한 점은, 이 소설의 주인공이 바로 작가인 '미쓰다 신조'라는 사실인데.... 사실 초반부를 읽으며 너무 전형적인 메타 소설의 형식을 따르고 있어서 흥미가 떨어졌었다. 나는 이런 메타소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편법'에 대한 독자로써의 반발감이다. 나는 책 속의 이야기와 독자가 살고 있는 차원의 벽을 허물어뜨리고자 한다면 변칙적인 연출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의 재미로 정면 승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독자이기 때문이다.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만이 이런 연출로 내 마음을 움직인 유일한 책이었다.

 

좋지 않은 첫 인상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건 부정할 수가 없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 연재하는 '모두 꺼리는 집'의 4회분부터 이야기가 기괴해지면서 호러 소설의 색채를 띠게 되는데, 이 부분부터는 정말 몰입해서 읽었다. 몰입도에 비례해서 공포감도 생생하게 느껴졌는데, '돌 하우스'를 지켜보는 시선의 묘사라던가 이자히토의 웃음이라던가 하는 부분이... 진짜로 오싹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호러 소설이 무섭고 오싹하다면 그 이상을 더 바랄 것이 있나 싶다.  

 

나는 별 감흥이 없었지만 작가가 메타적인 연출에 꽤 심혈을 기울인 점은 흥미롭다. 소설 속의 '미쓰다 신조'가 투고했다고 쓰여 있는 '백물어라는 이름의 이야기' '안개 저택' 등은 실제 미쓰다 신조의 소설이기도 하고, 미쓰다 신조가 편집자로서 호러 '월드 미스테리 13'을 기획한 사실도 현실과 소설이 동일하다. 에필로그까지도 마치 이 '인형관 사건'이 실제로 존재했던 것처럼 묘사하는 일관적인 세계관을 유지하고 있다. '편법'도 이쯤 되면 인정해줄 만 할지도.